
요즘 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을이라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제 일이 하루 종일 CCTV를 지켜보는 일은 아닙니다. 오전에는 보통 두 시간쯤 자료를 검토하고 작성하는 일반 관리 업무를 합니다. 눈이 힘들어지는 건 그 뒤입니다.
민원이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분실물을 찾아 달라는 요청이나 차량 사고 영상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오면 녹화된 영상을 직접 검색해야 하고, 이 일이 1~2시간씩 걸리기도 합니다.
영상을 돌려 보던 날
얼마 전에는 자동차 접촉사고 영상을 확인해 달라는 민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날짜와 시간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언제쯤이라는 기억만 있는 상태에서 영상을 처음부터 훑어야 했습니다.
배속을 올려서 돌리다가 차 한 대가 지나가면 뒤로 돌려 다시 보고, 또 올렸다가 되돌리기를 반복했습니다.
한참을 그러다 보니 글자가 흐릿한 것은 아닌데 초점이 한 박자 늦게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보면 나오겠지.'
결국 그 건은 민원인께 경찰에 의뢰해 보시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일이 끝나고 나니 눈 뒤쪽이 묵직했고 어깨까지 뻐근했습니다.
화면을 볼 때 눈을 덜 깜빡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날 저녁에 눈이 왜 이럴까 하고 찾아봤습니다.
화면을 오래 볼수록 눈을 덜 깜빡이게 되고, 깜빡임이 줄면 눈 표면이 마르기 쉽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20분마다 6미터쯤 떨어진 곳을 20초 정도 바라보는 방법, 그리고 두 시간마다 15분씩 쉬는 방법이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Cleveland Clinic, Computer Vision Syndrome (Digital Eye Strain): What It Is)
생각해 보니 영상을 돌려 볼 때 제가 눈을 깜빡이던 기억이 없었습니다.
특히 배속으로 볼 때는 뭔가 지나가는 걸 놓칠까 봐 눈도 숨도 같이 멈추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눈이 피곤한 이유를 오래 봐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거창하게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시계를 보며 20분을 재는 일은 제 일과에 맞지 않았습니다. 민원 전화가 오거나 다른 요청이 들어오면 20분은 금방 흐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준을 시간이 아니라 하던 일에 붙였습니다.
영상 한 구간을 다 확인하면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몇 초 바라봅니다.
'한 구간 끝냈으니까 한번 멀리 보자.'
영상을 볼 때 배속을 무리하게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무 빠르면 놓칠까 봐 더 긴장하게 되고, 결국 같은 구간을 다시 돌려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화면을 보다가 생각날 때마다 눈을 일부러 천천히 감았다 뜨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제일 어색했습니다. 눈을 일부러 깜빡이려니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화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눈이 쉬어야 할 시간에도 저는 화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저녁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화면을 보고 와서, 쉰다고 앉은 자리에서 또 다른 화면을 켜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저녁에는 영상을 보다가 중간에 한 번씩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 있기로 했습니다. 길게는 아니고 1~2분 정도입니다.
'이것만 보고 눈 감자.'
이 정도는 부담이 없어서 며칠째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 달라진 점
하루 만에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자 오후에 눈이 뻑뻑한 날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퇴근할 때 눈 뒤쪽이 묵직하던 느낌도 전보다 덜했습니다.
저는 기록하는 것이 몸에 밴 편이라, 그날 메모 끝에 눈 상태를 한 줄씩 더 적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3시쯤 뻑뻑함', '괜찮음' 정도로 아주 짧게입니다.
적어 놓고 달력을 보니, 영상 검색 말고도 화면 앞에 오래 앉는 때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매월 4~5일에는 검침 입력 작업이 있고, 15일쯤에는 전기와 수도 부과 작업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런 날을 미리 알고 있으면 눈을 쉬게 할 틈을 먼저 생각해 둘 수 있었습니다.
뻑뻑함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바쁜 날에는 한 구간을 끝내고도 바로 다음 구간으로 넘어가서 멀리 보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래도 '지금 내가 눈을 안 깜빡이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횟수는 분명히 늘었습니다.
뻑뻑함이 계속 이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날이 늘어난다면, 그때는 습관을 탓하기 전에 안과에서 확인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무리
오늘도 영상을 돌려 보다가 눈이 뻑뻑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들었습니다.
먼 곳을 한 번 보고,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습니다.
별것 아닌 동작인데, 이걸 알고 나서부터는 화면 앞에 앉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핵심 한 줄: 눈이 뻑뻑한 날에는 얼마나 오래 봤는지보다 보는 동안 깜빡이고 있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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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개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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