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관리 일을 하면 하루 종일 걷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순찰을 돌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민원 때문에 이 동 저 동을 오가다 보면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다 실제로 얼마나 걷는지 궁금해져서 손목에 차는 저렴한 만보기를 하나 샀습니다. 처음 며칠 숫자를 확인하고 제 생각이 꽤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 글은 그 숫자를 따라가 본 여름부터 가을까지의 기록입니다.
하루 종일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출근해서 순찰을 두 바퀴 돌고, 민원 처리로 이 동 저 동을 오가고, 계단도 몇 번이나 오르내렸습니다. 몸으로 느끼기에는 꽤 많이 걸은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퇴근 무렵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숫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확인해 봤습니다. 순찰이 많았던 날에도 숫자는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았고, 관리실 책상에 앉아 서류 작업을 한 시간이 길었던 날에는 걸음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있었습니다.
업무 구간별로 걸음 수를 나눠서 적어봤습니다
막연히 많이 걸었다, 적게 걸었다고만 적으니 뭐가 원인인지 헷갈렸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는 업무 구간별로 걸음 수를 따로 적어봤습니다.
| 지하 기계실 점검까지 포함한 순찰 한 바퀴 | 900~1,200보 |
| 옥상 점검까지 포함된 날 | 위 숫자에 약 300보 추가 |
| 관리실에서 서류·민원 전화를 처리한 오전 두 시간 | 200보를 못 넘기는 날이 많음 |
숫자로 나눠서 보니 하루 전체 걸음 수가 순찰 횟수에 거의 그대로 비례했습니다. 순찰을 세 바퀴 돈 날은 오후에 서류 작업이 길어도 걸음 수가 어느 정도 유지됐습니다. 반대로 순찰이 한 바퀴뿐이었던 날은 아무리 바쁘게 움직인 것 같아도 순찰 세 바퀴 돈 날의 숫자로는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소방세대점검표 정리 점검 때문에 순찰을 줄이고 관리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날에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일 자체가 운동이라고 생각했던 게 그날의 업무 흐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같은 걸음 수라도 언제 걷느냐가 달랐습니다
기록을 계속하다 보니 또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같은 걸음 수라도 하루 중 언제 걸었는지에 따라 몸이 느끼는 피로감이 달랐습니다.
오전에 순찰로 걸음 수를 채운 날은 오후까지 몸이 비교적 가벼웠습니다. 반면 오전 내내 책상에 앉아 있다가 퇴근 직전에 몰아서 걸은 날은 걸음 수가 비슷해도 하루 전체가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뒤로는 오후에 서류 작업이 몰릴 것 같은 날이면 오전 순찰을 한 바퀴 더 돌아 미리 걸음 수를 채워두려고 했습니다.
가을부터는 출퇴근을 걸어서 하기로 했습니다
여름에 차고 다닌 동안 하루 평균 8,000보 정도였던 숫자가, 가을에 출퇴근 방식을 바꾸면서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자전거로 출퇴근했습니다. 이번에 걷기로 한 이유는 시간이 아니라 안전이었습니다. 도로변에서는 자전거도 차로로 다녀야 해서 옆으로 차가 지나가는 위험이 있었고, 퇴근길에 시장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을 자전거로 지나다 보면 부딪힐 수 있었습니다. 조금 늦어도 안전한 쪽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걸어서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따로 운동 시간을 낸 건 아니었습니다. 원래 하루에 있던 이동 시간이 걷는 시간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요즘은 하루 12,000보 안팎이 나옵니다. 출근길과 퇴근길이 각각 숫자에 더해지니, 근무 중에 아무리 움직여도 채워지지 않던 부분이 자연스럽게 메워졌습니다.
의지를 내야 하는 운동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이동이라서 거르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두워진 퇴근길, 길을 고르는 기준
저는 보통 6시에 퇴근합니다. 여름에는 그 시간에도 밖이 환했는데, 가을이 되니 퇴근할 때쯤이면 주변이 거의 어두워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두운 시간에 걷는 게 괜찮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대로변을 이용하거나 가로등이 있는 공원 산책로로 다닙니다. 시장을 지나는 저녁 시간대에는 밝은 곳을 골라 걷는데, 밝은 곳은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걸어서 가더라도 부딪힐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상가 쪽으로 붙어서 집까지 걸어갑니다.
길을 고르는 데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퇴근길 자체가 하루 활동량의 일부가 됐습니다.
걷는 거리가 늘어나니 저녁 식사가 달라졌습니다
걷는 거리가 늘어나고 나서 몸에서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저녁 식사였습니다. 입맛이 좋아졌고 소화도 잘 되는 편입니다.
다만 입맛이 좋아졌다고 많이 먹지는 않았습니다. 그릇에 적정량만 덜어서 먹었더니 먹고 난 뒤에도 몸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체중계 숫자만 보고 있었다면 놓쳤을 변화였습니다. 걷기를 늘리면 활동량 숫자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하루 끝의 식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만보라는 숫자에 매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만보를 채우지 못하면 괜히 찜찜했습니다. 서류 작업이 많았던 날 저녁에 칠팔천 보로 끝나면 오늘 하루를 게으르게 보낸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걸음 수가 어느 정도가 좋은지 찾아봤습니다. 하버드 헬스는 하루 만보라는 기준이 특별한 과학적 근거보다는 걸음 수를 재는 기기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하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이라면 하루 평균을 4,400보 정도까지만 늘려도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또 다른 하버드 헬스 글에서는 평균 72세 여성 약 1만 7천 명을 4년가량 지켜본 연구를 소개합니다. 하루 약 7,500보 안팎에서 가장 활동이 적은 그룹보다 사망 위험이 약 40% 낮았고, 그보다 더 걸어도 뚜렷한 추가 이점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연구 대상이 저와 같은 조건은 아니라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무리해서 숫자를 채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혀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여름의 8,000 보도 결코 낮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기대한 숫자가 높았을 뿐, 몸은 이미 꽤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비가 오거나 몸이 유난히 무거운 날에는 숫자를 억지로 맞추지 않습니다. 지금은 숫자보다 일주일 단위의 흐름을 봅니다. 사무 업무가 많았던 주와 순찰이 많았던 주가 어떻게 다른지, 출퇴근을 걸은 주는 어땠는지를 비교하는 용도로 만보기를 씁니다.
마무리
시설관리 일이 곧 운동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안에도 많이 움직이는 날과 거의 움직이지 않는 날이 섞여 있었고, 그 차이는 만보기를 차 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숫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막연히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고 넘기지 않고 하루하루의 활동량을 의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이 따로 낸 운동 시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이동 안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체중계 숫자만이 아니라 만보기 숫자와 생활 기록을 함께 보면서 제 몸에 맞는 속도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핵심 한 줄: 순찰과 사무 업무 사이 걸음 수 차이가 컸고, 이동 시간을 걷기로 바꾸자 활동량과 저녁 식사까지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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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개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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