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을 빼고 싶으면 적게 먹으면 되고, 운동을 조금 더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동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식사량을 줄이면 이번에는 오래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처음 며칠은 잘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습니다.
한두 번의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식사량을 갑자기 줄였다가 다시 많이 먹기도 했고, 운동을 무리하게 하다가 지쳐서 며칠 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해보자.’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식습관을 바꾸려고 했던 것보다 한꺼번에 통제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식습관을 바꿀 때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이 바꿨습니다
예전의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는 평소보다 적게 먹었습니다. 운동도 더 많이 했습니다. 그날 하루를 잘 보내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며칠 동안은 잘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매일 같은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시설관리 일을 하다 보면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건물 안팎을 돌아다니며 시설을 확인해야 할 때도 있었고, 갑자기 민원이 들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현장으로 가야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일을 처리하다 보면 식사시간이나 퇴근시간이 달라지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활은 그대로 둔 채 음식만 완벽하게 바꾸려고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식사량을 줄이겠다고 마음먹으면 평소보다 적게 먹었습니다. 화요일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수요일쯤 되면 일이 많아졌고 몸도 피곤했습니다. 그때부터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결국 평소보다 많이 먹는 날이 생겼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날 먹은 것만 생각했습니다.
‘또 실패했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다음 날 다시 식사량을 줄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바꾸려고 했던 것은 음식이었는데, 실제로 달라져야 했던 것은 제가 살아가는 하루와 그 안에서 식사를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긴장을 풀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식사 기록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계획대로 먹으면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체중까지 조금 내려가면 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오히려 음식 하나하나를 더 신경 쓰게 됐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많이 먹은 날이면 ‘오늘은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 흐트러진 것이 아쉬워서 그날 저녁까지 평소와 다르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는 잘하고 있으면 계속 잘해야 하고, 한 번 잘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기록을 오래 남기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것과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반대로 하루 식사를 계획대로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변화가 모두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실제 생활은 제가 세운 식단표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평소보다 바쁜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오전에는 옥상에 있는 고가수조를 점검하러 여러 동을 돌았습니다. 물이 넘치지는 않는지, 수위는 정상인지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곳의 수조에 물이 부족했습니다. 만수위까지 채우느라 시간이 지체됐고, 오전 일정이 계속 뒤로 밀렸습니다.
점심시간도 평소보다 늦어졌습니다.
겨우 식사를 시작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처리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날을 실패한 날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록을 하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날도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하루인데, 이런 날을 빼놓고 식습관을 계획할 수 있을까?’
그동안 제가 세웠던 계획은 너무 이상적인 하루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충분히 쉬고, 계획한 운동을 하는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보내는 하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식습관도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식단을 지키지 못한 날보다 왜 그날 계획이 달라졌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기록을 한꺼번에 보고 반복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순간 일주일치 기록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습니다.
하루씩 볼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한꺼번에 놓고 보니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일이 비교적 여유로운 날에는 식사도 안정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업무가 몰린 날에는 생활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예전에는 월요일에 많이 먹은 것과 목요일에 많이 먹은 것을 각각 다른 날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전체를 보니 제가 힘든 날에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나는 음식을 못 참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보다 ‘내 생활에서 특정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문제를 제 의지 하나로 설명할 때는 해결할 방법도 막연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찾고 나니 적어도 무엇을 살펴봐야 할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식습관 기록이 단순히 먹은 음식을 적는 일이 아니라 제 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많이 먹은 날의 기록을 지우지 않고 남겨두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평소보다 많이 먹은 날이면 하루 전체가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다음 날부터 다시 식사량을 줄였고, 그 방법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많이 먹은 날의 기록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록을 다시 보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이날은 왜 이렇게 먹었을까.’
그런데 몇 번 반복해서 보다 보니 다른 것이 보였습니다. 업무가 평소보다 많았던 날도 있었고, 하루 종일 몸을 움직여 피곤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도 평소보다 많이 먹은 날도 있었습니다.
모든 날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체중 관리 중 흐트러졌을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내 선택을 궁금해하며 배움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Mayo Clinic, 11 setback recovery tips)
예전 기록을 다시 열어보면, 저는 흔들렸던 날만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록에는 식사량을 조절한 날도 있고, 꾸준히 운동한 기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실패했던 기록도 지우지 않습니다. 제가 어떤 방식으로 바꾸려고 할 때 오래가지 못했는지 알려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이 글을 쓰면서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도 평소보다 많이 먹는 날이 있고, 일정이 꼬여서 계획했던 생활을 그대로 보내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그런 날이 생겼을 때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틀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했고, 한 번 흐트러진 것을 만회하려고 더 강하게 조절했습니다. 지금은 그날의 기록을 남겨두고 왜 그랬는지 한번 돌아본 뒤, 다음 날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저는 이제 식습관을 완벽하게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하루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핵심 한 줄: 식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완벽하게 먹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흔들린 뒤에도 다시 제 생활로 돌아오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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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개인 경험과 일반적인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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